DongHyeon YuDongHyeon Yu

일상의 불편을 고칠 것을 만들고, 같은 불편을 겪은 사람들과 나눕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컴퓨터는 그저 게임기였습니다. 그러다 무슨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온라인 게임 패킷을 조작해보고,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돈 치트키를 매번 치는 게 귀찮아 윈도우 메모리 디버거로 값을 직접 수정하곤 했습니다.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손쉽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셨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치트키를 한 줄씩 타이핑할 때, 메모리를 건드려 돈과 가스를 한 번에 올려버리는 초등학생. 영어도 못하고 공부도 싫어하던 아이가 선생님 자신도 모르는 기술을 쓰고 있으니 신기하셨나 봅니다. 앨런 튜링 같다며 영어 이름으로 Alan을 지어주셨습니다. (참고로 영어 별명은 곰돌이 푸입니다.)

원래는 체대에 진학해 공군이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생 때 찾아온 급성 류마티즘으로 오래 아팠습니다. 누워있는 동안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끌리는 대로 2010년 단국대학교 컴퓨터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시절, 주변 친구들은 스마트폰 열풍에 맞춰 앱 개발이나 Java, Spring 공부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프라와 배포, 시스템 자체에 더 눈이 갔습니다. Docker, AWS, Terraform 같은 기술을 먼저 파고들었죠. 그렇다고 서비스 개발을 놓은 것은 아니어서 Node, React, Vue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때부터 GitHub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익명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시작했고, 이 습관은 오랜 기간 이어졌습니다.

졸업 후 첫 스타트업인 '세일즈부스트'에 입사했습니다. 이곳에서 TypeScript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개발 실력이 한 단계 크게 뛰어올랐고, SaaS 서비스의 핵심인 멀티테넌트 환경을 깊이 다루었습니다. 이후 'TainAI'로 옮겨 React Native, Next.js, Firebase, AWS를 다루며 모바일 SDK를 본격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무렵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Supabase와 Drizzle, Zod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스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두 회사를 거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다루다 보니 한 가지 치명적인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바로 '인증과 인가' 문제였습니다. 보통은 AWS Cognito나 Firebase Auth 같은 솔루션을 가져다 쓰거나 직접 구현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서비스의 인증 코드가 생각보다 허술했습니다. 토큰 하나만 알면 남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수정·삭제할 수 있었고, SQL Injection조차 막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저 역시 회사 업무와 개인 프로젝트를 반복할 때마다 매번 인증 로직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습니다. '결제는 PG사에 맡기면서, 왜 보안과 인증은 매번 각자 위험하게 직접 재발명하고 있을까?' PG사처럼 어떤 클라우드나 DB를 쓰든 손쉽게 붙일 수 있는 인증 서비스가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 서비스가 로그인과 권한을 직접 구현할 필요 없이 가져다 쓰는 CIAM 솔루션인 quickstart.id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증 관련 RFC 문서들을 파고들고 OpenTelemetry와 OpenAI를 살펴보며, '향후 AI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 AI 역시 인간처럼 인증과 인가를 거쳐야 한다'는 구상까지 담아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러던 2024년, 지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하이퍼커뮤니티'를 공동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위치 기반 소셜 플랫폼으로 실시간 위치, 숏폼, 치지직·트위치 스타일의 라이브 방송, 채팅, 그리고 AI 실시간 번역(토큰 비용 절감 로직 포함)까지 수많은 복잡한 기능을 맞물리게 만들었습니다. VC 투자 논의도 오갔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고, 만드는 데만 집중했던 저의 첫 창업은 2026년 6월, 씁쓸한 정리로 끝을 맺었습니다.

방황 끝에 2026년 7월, 다시 quickstart.id로 돌아왔습니다. 미련이 남아 RFC 문서를 다시 읽으며 밤을 새웠고, 8월에는 Next.js와 Expo SDK까지 붙여 MVP를 넘어선 베타 제품으로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속도는 빨랐고, 사업화하기엔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이 프로젝트는 개인 프로젝트이자 저만의 핵심 인프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지금 보고 계신 이 블로그의 로그인, 댓글을 남기는 AI 에이전트의 인증, 그리고 지인을 위해 만들어준 플래너 앱의 로그인까지 모두 quickstart.id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길었던 음지를 벗어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업이 될지, 또 다른 창업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는 본래 내성적이고 온라인상에 제 흔적을 남기는 것을 기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친해지면 밤새 개발 이야기만 하는 수다쟁이가 됩니다 😅) 하지만 이제는 전과 다르게 자신을 숨기지 않으려 합니다. 이 블로그가 그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제가 고뇌했던 과정들, 앞으로 만들어갈 도전들, 그리고 AI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을 이곳에 솔직하게 풀어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