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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부터 AI를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믿지 않아요. 그런데 제 코드는 대부분 AI가 씁니다. 지난 글에 적었듯 일주일에 267개의 PR이 머지되는 방식으로요. 믿지 않는 상대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은 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해서, 맡길 수 있게 되기까지 무엇을 쌓아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요즘 제가 일하는 방식이 meat proxy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글을 AI에게 맡겨 보고, 마음에 안 들어 고치고, 고친 것을 규칙으로 만들어 다시 맡기는 일을 반복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러다 이 단어를 만났고, 한 번 떠오른 질문은 잘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읽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옮기고 있는 사람인가.'
요즘 제 코드는 대부분 AI 에이전트가 씁니다. 지난 회고에 적었듯 일주일에 267개의 PR이 머지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코드를 맡기면서 무뎌진 줄 알았던 감각이, 데이터베이스 앞에서는 다시 예민해집니다. 에이전트가 프로덕션 DB에 붙어 스키마를 고치고 데이터를 지우는 걸 보고 있으면, 아무리 잘해도 어딘가 불편해요. 이 글은 그 불편함의 정체를 따라가 본 기록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삶의 큰 변화가 한꺼번에 닥치면 방어적인 태세를 취한다. 이직을 준비하고,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기존 법인의 해산 절차를 밟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의 대역폭을 완전히 고갈시키기에 충분하다. 상식적인 조언자라면 지금은 다른 일을 벌이지 말고 눈앞의 불부터 끄라고 말했을 것이다.